
장흥, 치유의 미래를 꿈꾸다 —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 그 이후.
대한민국 남쪽 끝, 전라남도 장흥. 이 작은 고장이 ‘치유의 땅’이라 불리기 시작한 건 몇 해 전부터다.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는 그 상징과도 같다. 다양한 대체의학, 통합의학, 자연치유 프로그램들이 소개되고 체험되는 이 박람회는 장흥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다. 하지만, 무대는 잠시뿐이다. 박람회가 끝나면 치유의 고장도 막을 내린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박람회,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람회는 분명 매력적인 행사다. 하지만 매년 며칠 동안만 ‘치유의 땅’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건 아쉽다. 장흥에는 맑은 물, 푸른 숲, 고요한 산이 있고, 여기에 통합의학이 더해진다면 사계절 내내 사람이 찾는 치유의 명소가 될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이를 지속시키기 위한 상시 프로그램과 인프라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
장흥, 치유의 땅을 그리다 — 지도 위에 사람을 더하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몸이든 마음이든, 언젠가는 쉬어야 한다. 그런데 그 ‘쉼’이란 걸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자연이 있고, 고요함이 있으며, 따뜻한 손길이 있는 곳. 나는 그 해답을 전라남도 장흥에서 찾는다.
축제가 아니라, 일상으로
장흥은 이미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 그 며칠 동안 수많은 사람이 장흥을 찾아 치유를 경험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면 사람도, 관심도 떠나간다. 매번 되풀이되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치유가 잠깐의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이 될 수는 없을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장흥은 이제 하나씩 내놓아야한다 . 통합치유센터, 치유교육원 같은 실질적인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뒷받침도 갖춰나가야 한다. 즉, 치유를 위한 공간과 사람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다.
장흥의 지형에, 치유를 짓다
치유는 공간에서 출발한다. 장흥의 지형과 자원을 활용해 각 지역에 맞는 치유 모델을 만들어 간다.
장흥읍은 통합치유의 중심이 된다. 병원, 행정, 교통이 밀집한 이곳에 통합치유센터를 세운다. 약선음식, 상담치료, 명상 등이 어우러지는 통합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작동한다.
유치면은 숲이 깊다. 산림치유, 북테라피, 명상 같은 내면 성찰 프로그램에 최적지다.
관산과 대덕읍은 사람의 발걸음과 함께 치유가 흐른다. 트레킹 코스와 걷기 명상길, 자연 쉼터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안양, 회진, 용산면은 바다를 품고 있다. 해풍, 갯벌, 해조류. 이 모든 것이 해양치유의 자원이 된다. 완도와 함께 해양치유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
장동, 장평, 부산, 내륙의 안양은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슬로우푸드, 텃밭, 전통주 만들기 같은 느림의 치유가 있다.
이처럼 장흥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치유의 무대가 된다.
치유는 사람에서 시작된다
장흥의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사람이 보인다.
치유는 결국 사람이다. 자연과 연결된 사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미는 사람. 우리가 그 지도를 그리는 이유도 결국 사람 때문이 아닐까.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는 시작이었다. 하지만 진짜 장흥의 힘은 ‘지속 가능한 치유’다. 그 힘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서로를 보듬는 작은 실천에서 나온다.
이제 장흥은 새로운 지도를 그려야 한다. 그 위에 자연이 있고, 치유가 있고,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다시 누군가의 아픔을 품을 것이다.
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공간을 채우고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장흥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 힐링코디네이터, 산림치유지도사, 해양해설사, 명상가이드 등 다양한 전문가를 지역 주민으로부터 양성한다. 치유는 외부 전문가가 와서 잠깐하고 가는 일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청년에게도 기회를 연다. 한방카페, 명상공방, 천연비누 체험 같은 소규모 치유 창업은 지역을 떠나는 청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인재를 길러내는 ‘통합치유 아카데미’가 있다. 장흥군이 운영하는 이 배움터에서는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치유를 공부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경험과 감성을 공유하는 장이다.
통합치유 아카데미는 배움의 공간이다. 장흥군이 운영하고,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배운다.
이곳은 치유의 지식과 감성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된다. 결국, 치유는 사람에서 시작된다
치유의 땅, 장흥 — 이젠, 실천할 시간이다.
치유는 사람에서 시작된다.
치유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병원과 기계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마음을 어루만지고, 자연과 연결되도록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힐링코디네이터 양성을 제안한다. 지역 주민이 직접 나서 치유의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도 되고, 지역에 대한 애정도 커진다. 이것이 진짜 지속가능한 치유다.
장흥은 지금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 위에 자연이 있고, 치유가 있고, 그리고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제, 실천할 시간이다.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는 장흥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진짜 힘은 ‘지속 가능한 치유’다. 그것은 건물 하나 짓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를 돌보려는 작고 따뜻한 실천이 모일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