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배려의 힘 (配慮動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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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배려의 힘 (配慮動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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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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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최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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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관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마음을 씀이다. 염려해 줌이다. 마음을 놓지 못함, 걱정함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 등불을 들고 깊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배려의 힘은 인간의 가치 있는 삶에 우선한다. 배려의 힘은 어둡고 차가운 마음과 힘들고 원망하는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녹이는 힘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합과 단결이 이루어지면 조직의 힘을 배가시킨다.

인간이 지닌 타고난 맑고 고운 마음을 우리는 양심이라고 부른다. 양심은 자신이 당당하고 떳떳하면 하늘조차 두렵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허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비록 어린아이에게라도 주저하게 된다. 이른바 양심의 가책을 받기 때문이다. 곧 자신의 수양 정도에 따라 양심은 그 동력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더구나 인간은 공동체 사회에서 남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

그 삶에 가장 우선되는 덕목은 배려이다. 배려는 욕심 때문에, 실천이 어렵다. 배려와 비슷한 용어로 양보와 희생이 있다. 양보는 남에게 길을 비켜주어 먼저 가게 하는 행위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여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을 굽히고 그 의견을 좇음을 말하며, 희생은 자기의 손해를 무릎 쓰고 남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 생애의 학문이라는 것은 익히면 될 수 있으나 배려는 참된 자기 수양에서 얻어지는 값진 자산으로 모든 행위를 감사함의 긍정적 사고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허물어뜨리는 요소는 욕심이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는 화려함으로 오감의 감정을 자극하는 유혹이다. 욕심과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해 조건 없이 실천하는 용기 있는 배려이다.

곧 손이 커도 베풀 줄 모른다면 미덕의 수치가 되고 발이 넓어도 머물 곳이 없다면 부덕의 소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겸손을 모르면 무식만 못하고 높음이 낮춤을 모르면 존경받기 어렵다. 이는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욕심을 이겨내지 못해 외롭고 무거운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시장통을 거쳐 가는 100번 버스엔 늘 승객들이 만원이다. 보따리마다 주고받은 정(情)을 받아 온다고들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를 매달고 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방 그치겠지 했던 아이의 울음소리는 세 정거장을 거쳐 올 때까지도 그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슬슬 화가 난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아줌마, 아기 좀 잘 달래봐요. 버스 전세 냈나. 이봐요, 아줌마, 내려서 택시 타고 와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아, 짜증 나, 정말” 아기를 업은 아줌마에 대한 원성으로 화난 표정들이 버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을 그때 버스가 멈추어 섰다.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버스 기사만 바라보는데 그는 문을 열고 나가 무언가를 사 들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아이 엄마에게 다가간 버스 기사는 긴 막대 사탕의 비닐을 벗겨 아기 입에 물려주니 그제야 아기는 울음을 그쳤다.

다시 버스는 출발했고 버스 안의 승객들은 그제야 웃음이 번져 나왔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 아이 엄마는 버스 기사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손등에 다른 한 손을 세워 보였다. ‘고맙습니다’라는 수화로 고마움을 표현한 아이 엄마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이었다. 아이 엄마가 내린 뒤 버스는 아주머니와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사랑의 불빛을 멀리까지 비추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누구 한 사람 “빨리 갑시다”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버스기사의 이러한 잠깐의 배려는 모든 승객들의 차가운 가슴에 훈풍을 불어 넣어 주었고, 마음속에 따뜻하고 묵직한 큰 울림이 깊이 새겨졌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서로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곤 하는 것은 자기의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이라고 한다. 상대방을 배려함 없이 모든 것을 자기 입장에서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되어 분쟁이 생기는 것이다. 선입견은 자아의 성찰 없는 자만이나 오만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되어 모든 오해와 분쟁의 불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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