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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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70
  • 임순종 기자
  • 승인 2024.07.2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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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캠핑

내 바깥으로 갈 수 없어서 가보는 거야
끝까지 간다는 건 갈 데까지 가 보는 것

늑대가 오지 않을 곳에
나무를 자르고 풀을 제치고
뱀이 올 수 없게 하고
쥐를 막고 우리의 자리를 깔자

자연에 가서 자연을 치우고 텐트를 치는 건
마치 그들 속에 안전한 우주선 하나 띄우는 것

너랑 나랑
누구의 방해도 받지 말고
지겨우니까 놀이를 하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블록을 쌓고 블록을 빼내기

무너지지 않을 때까지
조심스럽게 하나씩 빼는 기술

긴장하며 지구 위의 목숨 하나씩
사라지게 하는 기술

북극의 얼음덩이 위에서 노는 북극곰을 상상하자
뒤집히지만 않으면
무너지지만 않으면 살 수 있을 거야
쌓아 놓은 블록에서 하나씩 빼내는 거야

아직은 무너지지 않았어

블록을 빼자 천천히
사랑만 남기기 위해 사랑 아닌 것을 다 빼듯이

빼내자
무너지지 않을 때까지

아늑한 우리의 공간은 우주선 같아서
밖으로 나갈 때는 주의해야 해

죽은 돼지와 죽은 소와 죽은 닭을
죽은 나무 태워서 구워먹는 일

너무나 신나지?
텐트는 무덤 같아서

안, 전, 해
완전 해를 절반으로 싹둑 썰어둔 것 같아서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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