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76

신작시 - 화양연화

2024-10-14     장강뉴스

당신의 숨소리에 벚꽃잎 날립니다

벚꽃잎 날리며 향기가 허공으로 번질 때
당신이 안녕이라고 환한 손바닥을 보여줍니다

벚꽃잎 날리고 당신은 손을 둥글게 말아
심심한 말을 만듭니다 
당신의 입은 살짝 벌어졌다 닫히고
그 순간 벚꽃잎은 펄펄 날리고
당신의 손바닥에 햇살이 반짝입니다

무너지듯 당신은
벚꽃잎 날리고 바람이 붑니다

우두커니 바위처럼 서서 
날리는 벚꽃을 바라봅니다
바람이 불고 금방이라도 벚꽃잎처럼 
나는 흩어질 것만 같습니다

멀어지고 나는
아주 아주 멀어져 희미해질 당신

벚꽃이 지우지 못한 허공의 남은 자리처럼
막막한 나는 벚꽃잎 날리는 길에 서 있습니다

아주 오래도록 안녕 

말하지 않는 나는 칠흑처럼 어두워서
더 까맣게 어두워져야 당신을 환하게 맞이할 것입니다

당신은 흰 손바닥을 보이고 나는
벚꽃잎 날리는 바람 속에 서 있습니다

이대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