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75

신작시 - 수국이 피었습니다

2024-09-30     장강뉴스

어제는 집이었는데
오늘은 공터다

무너지는 건 쉽다
재활용하지 않을 때는
부, 순, 다

고장 난 의자를 분해한다

이거 비싼 의자네
뒤로 젖힐 수도 있어
튼튼해

앉은 자리를 떼어내고
합판을 얹는다 

의자에 앉은 너는 흔들거린다

너의 부재를 상상하면
공터가 떠올랐다

떨어진 한 장 장미꽃잎으로라도
있었으면,

있었으면 싶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헤어짐이 아니라
사라짐

집이 있던 자리엔
옆집 에어컨 실외기만 남아있다

실외기 전선 그림자는 자전거가 되었다

그림자 자전거는 빵구나지 않는다

이대흠 시인